불의 기억
달 항아리는 채움의 미학이다.
담백하고 유려한 곡선을 지녀 어디에도 주변을 에워싸는 힘이 있다.
화폭에 드러나지 않고 무한히 확장해서 서서히 압도한다.
1300도 물의 혹독한 연단을 끈적끈적하게 달 항아리에 이 불 인, 달과 화성, 목성, 수성 등의 태양계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힘들지만 즐거웠다.
사발은 비움의 미학이다.
텅빈 충만 이다.
자유롭게 흘러내리게 다투지 않고 각자의 그림을 지니게 잘난 척 하지 않는다. 사발을 그린 후로 화려한 것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실존하는 사발들을 그리다보니 그리기가 까다롭고 섬세하게 표현이 힘들었다. 파스를 희미하게 하고 몸살 해가며 100점을 완성했다.
젊은 시절에는 유화를, 나이 들어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수채화를 그리다가 수용 가능한 좋은 색연필 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3년 동안 오롯이 혼자 앉아 사발을 그리며 팬더익을 견뎠다.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며 그릇에 담긴 욕망을 비우고 인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꽃의 계절, 그리고 불의시간이 있다. 서툴고 어수선하게 살아있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화해시키는 나의 작업 누군가에게는 더운밥 한 그릇으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차 한사발로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글